임은정 검사 최후의견 전문 "검사는 상사가 아닌 국민에게 충성해라"
◆ 아래는 임은정 검사가 지난 8월 28일 항소심 결심 기일에 법정에서 한 최후의견 전문
최후 진술
제 사건을 간단히 정리하면, 저는 무죄사건을 무죄라고 논고하여 징계를 받은 것입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무죄구형 때문이 아니라 상사의 직무이전지시 위반으로 징계한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그 지시는 무죄를 무죄라고 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어서 결국 무죄를 무죄라고 하여 징계한 것과 다를 바 없겠지요.
대학에서, 사법연수원에서, 선배들로부터, 제가 배운 ‘검사’는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국가기관으로, 정의에 대한 국가의지의 상징입니다.
검사는, 의원들처럼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행정부 공무원처럼 국가이익을 위해 저울질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과 정의에 따라야 할 준사법기관으로,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검사의 권한 행사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저는 배웠습니다.
윤길중 재심사건은 관련 검사들 모두 검사의 논고 직후 무죄선고가 되리란 것을 잘 알고 있던 사건입니다. 그런 뻔한 사건에서조차 무죄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는 참담한 현실에서, ‘임 검사, 자네가 그 시절의 검사였다면 어떻게 했겠나? 달리 할 수 있나? 검찰은 판단기관이 아니야. 법원이 판단하는 거야. 법원보고 판단하라고 해’ 등의 말이 떠도는 악몽같은 현실에서, 저는 배운대로 ‘무엇이 저에게, 검찰에게 이익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습니다.
혹자는 어차피 무죄 날 사건이고, 검사의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도 않는데, 그렇게 유난을 떨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의 정의에 대한 의지의 표출로서, 재판부에 대하여 정의와 법에 가장 부합하는 선고를 촉구해야 하는 검사의 의무에 대한 무지에 기인한 것입니다.
무죄구형을 강행하기로 작심한 후 1주일. 정말 할까봐 무섭고, 결국 하지 않을까봐 두려워 숨쉬기도 버거웠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공판검사석에 앉아 몸이 하도 떨려서 표내지 않으려고 혼이 났었습니다.
백범일지에 제가 참 좋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가지를 잡고 나무에 오르는 것은 기이한 것이 아니나, 벼랑 끝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는 것이 장부의 기상이로다! 내가 비록 여자지만 검사인데, 대장부의 기상이 없으랴. 지금 이 벼랑 끝에서 손을 놓겠다. 놓아야 한다. 놓아라. 그렇게 주문을 외우며 무죄 논고를 하였습니다.
그때 변호인이 무죄 논고에 당황하여 ‘변호사 생활 20여 년 동안 무죄 논고를 처음 본다. 검사가 공익의 대변자임을 이제 알겠다.’고 말할 때, 떨림이 딱 멈추데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무서워서 사무실로 돌아가지도, 휴대폰을 켜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검사선서에서 요구하는 검사의 자세는, 헌신은, 용기는 검찰총장을 비롯한 모든 검사가 매 순간순간 요구받는 것입니다.
검사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상사의 지시가 아니라, 법과 정의에 따라야 합니다. 법률적인 불법(gesetzliches Unrecht)에는 복종의무가 없습니다.
검사는 상사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합니다. 검사는 검찰과 국가의 권력의지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정의에 대한 의지를 표시해야 합니다.
저는 배운대로 검사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징계를 받아 이 자리에 선 현실이 참으로 서글픕니다.
준사법기관으로, 단독관청으로서 검사가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http://m.lawissu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721
임은정 (법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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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林恩貞, 1974년 ~ )은 대한민국의 검사이다. 광주인화학교 청각장애아 성폭행 사건 공판 당시 경험과 심경을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것이 기사화 되며 '도가니' 검사로 알려졌다.[1][2][3] 2011년 9월 6일, 민청학련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 목사의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한 모두진술 또한 화제가 되었다.[4][5] 2012년 12월 28일,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죄로 1962년 유죄선고를 받은 故 윤길중씨에 대한 재심 결심공판에서도 무죄를 구형했고 법원도 당일 무죄를 선고했으나(백지구형-위 특별법이 위헌이며 무효라는 이유도 포함되었다), 법무부는 임은정 검사에 대하여 정직 4개월의 징계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2월 21일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6]
학력[편집]
1993년: 남성여자고등학교 졸업
1999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경력[편집]
1998년: 사법시험 40회 합격
2001년: 사법연수원 30기 수료
2001년 ~ 2003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
2003년 ~ 2005년: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검사
2005년 ~ 2007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2007년 ~ 2009년: 광주지방검찰청 검사
2009년 ~ 2012년: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2013년 ~ 현재: 창원지방검찰청 검사
출처 위키
지행합일을하며 자신의 직책에 정의로움을 당당하게 지킬 것인지, 권력과 탐욕에 기거하며 처세에 몸을 아낄지는 상황이 탁할수록 더욱 그 경계가 뚜렷해지는 법입니다. 다시 읽어봐도 역시 배운분들 글이 참 깔끔하네요. 저장해두고 나중에 찾아 또 읽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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