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팬택에 입사를 한 것은 2008년 워크아웃 중인 때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팬택에 입사하는 저를 걱정하고 만류하고 했습니다. 불안해 하셨지요.
그래도 저는 팬택을 선택했고, 후회가 없습니다.
팬택에 입사를 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팬택과 함께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아이를 둘 낳고, 육아휴직을 1년 반 이상 하면서 저는 우리 회사 참 좋은 회사라는 생각을 거듭 했습니다.
사람들이 제가 팬택을 다닌다고 하면 엄청 부러워 했습니다.
육아휴직을 거의 2년씩이나 쓸 수 있는 그런 좋은 회사 다닌다고.
눈치 보여서 자기들은 쓰지도 못한다며 말이지요.
워크아웃 중에는 결재 LINE 이 하나 더 생겼다 뿐이지 사업에 위축이라던가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덕분에 시리우스를 시작으로 10년 11년에 정말로 좋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승승장구 했으니까요.
그리고 여태까지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삼성에 뒤지지 않음을 우리는 자부심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VEGA를 사용해 보신 분들은 팬택이 이 정도로 잘 만들었어~?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팬택은 제가 경험했던 회사와는 다른 독특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의견을 팀 내에서 활발히 이야기할 수 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의사결정도 빨리 나고, 뭔가 외국계 회사 같은 자율적이고 전문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게다가 끈질긴 승부근성, 열정 등의 벤처신화를 이끈 회사 답게 화이팅 MODE가 있습니다.
첩첩이 결재 라인을 타야 하고, 사원 대리 나부랭이(저는 대리로 시작을 했습니다)는 찍소리도 못하는 대기업과는 다릅니다.
그런데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통신업계의 구조입니다.
우리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파는 제조업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통사에 스마트폰을 납품하지요.
그러니 이통사가 이렇게 만들어라, 저렇게 만들어라 하면 그걸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통사가 우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물건을 사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조금 장려금 제도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폰은 폰대로, 이동통신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각각의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통사는 폰을 껴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판매하지요.
최신단말의 경우 69요금제, 89요금제 아니면 팔지도 않습니다.
부가세까지 끼고, 24개월 약정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240만원을 들여서 폰을 구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에 둔감합니다.
1만원 2만원도 요금 내는 것을 아까워 하던 사람들이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69000원 89000원은 아까워 하지 않습니다.
이통사는 ARUP 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절대 요금을 떨어뜨리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3G에서 LTE, LTE-A 등 속도 경쟁에 나선 것이지요.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그것의 차이를 잘 아나요? 그냥 광고비를 엄청 쓰니까 끌려가는 겁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폰 가격에는 보조금, 장려금이 숨어있습니다.
작게는 수십만원에서부터 100만원까지도 보조금이 풀릴 때가 있습니다.
그말인 즉슨...24개월 89요금제고 최신단말을 사면 240만원에 폰을 사는 격입니다.
소비자가 240만원을 이통사에 주지요.
그럼 이통사는 보조금을 (예를 들어) 40만원 대리점에 줍니다.
40만원은 온전히 이통사의 비용이 아닙니다. 20만원은 이통사, 20만원을 제조사가 부담을 하는 것이지요.
결국 소비자가 대리점에 보조금을 주는 겁니다.
보조금은 최신단말이 구형단말이 되면서 더 많아집니다.
그래서 결국에 공짜폰도 가능한 것이지요.
요금제만 내면 폰은 공짜다...사실 그것은 조삼모사입니다.
요금제에 폰 값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에 폰은 폰대로, 이동통신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판매가 되어야
사람들이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고, 각각의 경쟁력도 갖추게 됩니다.
컴퓨터를 구매하고,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각각을 소비하고,
그 각각이 가격경쟁과 시장논리에 의해서 저렴해 지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요금제는 왜그리 복잡한지 아시나요?
소비자들에게 어렵게 다다가 요금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어떨결에 사게 하려는 논리가 뒷단에 숨어있습니다.
기기변경, 보상기변, 신규가입에 다라 모두 요금이 다르고, 그것도 10개가 넘는 요금제도 중에 택해야 하고,
정말로 그냥 일반인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구조이지요.
그냥 단순히 한달에 얼마 내면 이건 공짜예요....라는 말만 믿고 사는 겁니다.
게대가 24개월 할부에 할부 수수료도 소비자가 내는 것 아시지요?
그것만으로도 이통사는 이자 장사를 하는 격입니다.
현대자동차보다도 현대케피탈이 돈을 버는 그런 논리입니다.
최근에 보조금 과열 경쟁 뭐 기타 등등으로 정부가 이통사 영업정지를 시키고, 과징금을 부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나라가 세금이 딸렸나보다...는 말까지 합니다.
정부가 뭔가를 바꿔보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소비자는 계속 시달리고 있습니다.
과장금도 사실은 모두 소비자의 돈에서 나간 거지요.
사실은 이통사도 어느정도 과장금 낼 것을 생각하고 고려하여 요금제 및 이익률을 계산을 할 겁니다.
현대 한국사회에서는 제조사는 절대로 제조사만의 경쟁력으로는 버티기 힘든 구조입니다.
이통사에 항상 목숨줄이 잡혀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통사가 care해 주지 않으면 제조사는 망하는 길을 걷는 겁니다.
삼성은 뭐...완전무결, 절대강자이니 오히려 이통사에 큰소리 빵빵이 가능하고,
LG는 LGU+와 긴밀한 관계이니 밥벌이는 할 테고,
결국에 백도 없고 끈도 없는 팬택은 이통사가 싫다고 하면 끝인 구조인 겁니다.
왜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해야 하냐? 우리가 피같은 요금이 왜 생존가능성이 없는 팬택으로 흘러들어가야 하냐?
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팬택의 상당한 금액이 이미 이통사의 보조금으로 들어갔으며 이통사는 그 보조금으로 마케팅을 했습니다.
팬택은 보조금을 실으면 실을 수록 살을 깎아 먹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조금 때문에 실제로 개발비용보다도 마이너스로 시장에 풀리는 폰들도 있습니다.
배추밭 같으면 정말 밭을 통째로 갈아 엎어야 하는 실정인데,
어쩔 수 없이 마이너스임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시장에 내보냅니다.
많은 사람의 열정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작품을 말입니다.
하루 하루를 돈놓고 돈먹기식으로 연명합니다.
제품을 이통사에 팔고, 보조금을 이통사에 주고, 또 팔아서 보조금 주고.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팬택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제말 많은 분들이 이 부조리한 이통사 구조와 요금제도를 직시하셨으면 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4명이면 최소 200만원~400만원을 년간 이동통신 요금으로 소비하고 계신 분들...분노하셔야 합니다.
말도 안되는 체계 속에서 우리는 그냥 그렇게 침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정부와 이통사는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팬택이 다시금 일어나서
대기업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이런 기업도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고,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만방에 외치는
그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http://ppomppu.co.kr/zboard/view.php?id=phone&no=2659549
쩝... 자유시장 경쟁체제가 아니라 일부 대기업 정경유착으로 국민 등쳐먹는 나라입니다. 이통사가 7월 초에 팬택 출자전환 거부 이후 팬택 부도 위기가 대두되면서 연관된 중소기업도 줄도산할 것으로 보여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런 가운데 써글 대통령 직속 방통위는 위약4라는 어이 없는 조건을 만들질 않나 참 답답합니다. 일부 어른들은 방송에서 단통법이 시행되면 싸게 산다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부동산 시장도 그렇고 국민을 속이는 방송들이 많아지면서 거꾸로 달리는 분들이 많던데 언제쯤 속이는 자들을 처벌하는 시대가 올지 깜깜합니다.
남미 시장 도전했다 좋은 성과는 별로 없는거 같고... 베가 레이서가 베레기라고 미움 받았지만 팬택은 베가 아이언 이후 상당히 고사양 평준화된 좋은 디자인의 스마트폰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 경쟁은 다수일수록 소비자들에게 득입니다. 아직도 삼성 브렌드로 상품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브랜드가 아닌 상품 자체의 만족도로 선택하시는게 현명한 판단입니다. 베가가 기사회생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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